전세 보증금은 보증금의 액수가 큰 반면에 월세 보증금은 보증금 외에 매월 월세를 따로 내기 때문에 보증금의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의 액수가 적다 보니 당장 변호사를 선임하기 보다는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달라'고 말로만 얘기하다가 1~2년이 후딱 지나가는 경우도 많은듯 합니다.
정당하게 돌려받아야 할 돈을 왜 스트레스 받으면서 수개월 혹은 수년간 돌려받지 못하고 전전긍긍해야하는 걸까요? 이유를 따지고 임대인 욕을 해봐야 보증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니 일단 월세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월세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요건
1) 임대차 계약의 종료
계약기간을 2년으로 했는데,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인에게 돈을 요구할 권리가 있을까요? 당연히 없습니다. 임대인에게 말 한마디 없이 잘 살다가 계약기간 2년이 2달 더 경과했네요. 나가고 싶은데 당장 나갈 수 있을까요? 안됩니다.
계약이 정상적으로 종료되어야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규정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월세계약서에 임대차기간을 2년으로 약정하면 2년의 경과로 당연히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듯 하나 계약종료 2개월 전까지 계약해지 통보를 하지 않으면 임대차계약은 묵시적으로 연장이 됩니다. 연장된 계약은 다시 2년을 추가로 약정한 것과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하면 이후 3개월 뒤에 계약이 종료 됩니다. 아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및 제6조의2를 참조해보세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계약의 갱신)
①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② 제1항의 경우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본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묵시적 갱신의 경우 계약의 해지)
① 제6조제1항에 따라 계약이 갱신된 경우 같은 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해지는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
2) 계약해지 통지의 방법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려면(종료시키려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전까지 통지'하거나 묵시적 갱신 이후 계약해지통지를 하여 3개월뒤 계약이 종료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에게 전화로 '이제 그만 살고 이사가려고 합니다'라고만 얘기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나중에 '그런얘기 들은 바 없다'고 하는 경우, 계약해지 통지를 했는지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계약해지의 통지는 원칙적으로 내용증명 우편의 방식으로 하여야 합니다. 내용증명은 우체국이 내가 작성한 문서를 상대방에게 전달해주고 전달한 날짜, 시간, 받은 사람등을 기록하고, 전달한 문서의 사본을 보관하여 필요시 이를 입증하기 용이하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방법등은 검색을 한번 해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은 내용증명을 받는 걸 본인에 대한 공격으로 알고 아주 괘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내는 사람도 내용증명을 꺼리게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피같은 돈을 받는 절차를 생략할 수도 없고 난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용증명이 가장 확실하지만, 임대인과 주고 받은 문자나 카톡 내용도 계약해지 통지를 입증할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으니 참조해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문자에는 임대인의 연락처, 날짜, 계약해지통지의 내용등이 반영되도록 잘 캡쳐해야 활용할 수 있답니다. 통화녹음의 경우에는 통신사에 통화기록을 요청하여 통화한 날짜와 시간등을 확보하고, 녹음파일은 속기사 사무실에서 녹취록으로 작성을 해야 입증자료로써 사용할 수 있답니다.
■ 월세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법적인 절차
1) 임차권등기명령신청(제일 중요! 이것이 핵심!!)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는 받아놓으셨겠죠? 전입신고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취득하기 위한 방법이고, 확정일자는 확정일자 순위에 따라서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을 확보하는 장치입니다. 세세히 설명드리기는 주제를 벗어날 수 있으니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설명을 계속하겠습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치 않는 집에 계속 살 수도 없고, 살면서 월세를 안 낼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이사를 가게 되면, 주민등록을 이전해야하기에 대항력을 상실할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이때, 임차권등기명령신청을 하여 임차권이 등기부에 기재가 되면 전입신고한 날짜와 확정일자등이 그대로 임차하고 있는 부동산등기부(부동산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기재가 됩니다. 이후부터는 맘대로 이사를 가도 되고 다른 곳으로 전입신고를 해도 됩니다. 일종의 안전장치가 확보가 된 것입니다.
만약, 임대인의 경제적인 사정이 악화가 되어 해당 주택이 경매처분되더라도 나의 보증금은 순위에 따라서 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임차권등기명령신청은 저렴합니다. 비용은 4만원정도 들어가고, 법무사 수수료도 2~30만원선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아주 좋습니다. 부동산등기부에 임차권등기가 경료되어 있으면, 다른 임차인이 등기부등본을 열람하고 뭔가 문제가 있는 주택으로 알고 임차하기를 꺼려합니다. 임대인은 해당 주택을 공실로 둬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므로 아주 골치아파 합니다.
그래서, 보증금을 돌려줄테니 임차권등기를 해제해 달라고 먼저 연락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할 필요조차 없게 되는 것 입니다.
변호사나 법무사 사무실에서는 임차권등기명령신청을 강조해서 얘기해주지 않습니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소송을 해야 2~300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꼴랑 30만원으로 분쟁이 조기에 해결될 수 있다면 변호사 사무실에는 득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임차권등기명령신청을 했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면 다음 수순을 밟아나가야 하지만, 임차권등기명령신청은 안전장치로써도, 효과적인 협상수단으로도 아주 유용하니 잊지 말고 가장 먼저 진행해야 합니다.
1-1) 부동산가압류신청
오피스텔이나 상가주택을 임차한 관계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대항력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면, 임차권등기명령신청은 할 수 없고, 부동산가압류신청을 해야 합니다. 가압류는 임차권등기와 유사한 기능이 있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좀 다른 종류의 안전장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효과는 임차권등기보다는 좀 떨어지나 임대인을 압박(처분금지등)하거나 새로운 임차인의 전입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장치는 될 수 있으므로 필요할 때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2) 지급명령신청
월세보증금반환청구의 경우 임차인이 승소할 확률이 거의 95%이상일 것입니다. 따라서, 임대인이 경제적 사정을 이유로 보증금반환을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간, 비용, 노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는 '소송'절차를 바로 진행하는 것보다는 '지급명령신청'을 우선 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지급명령신청은 소송과 마찬가지로 판결문과 같은 집행권원을 얻기 위한 절차입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지급명령신청을 권하지 않습니다. '임대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불필요한 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것이 이유이지만 실은 지급명령신청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왠만하면 소송으로 바로 진행할 것을 권하지만 소송은 이래저래 시간과 비용을 잡아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3) 민사소송
지급명령신청에 대해서 임대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소송을 진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소송은 기간이 6~8개월정도 소요됩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재판이 연기되고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임대인이 주로 주장하는 것은 '임차인이 주택을 험하게 사용해서 손해가 발생했다',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올때까지 보증금을 못 주겠다'등등 쓸데없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시간이 바빠서 재판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변호사 선임까지 필요할까 모르겠네요.
4) 부동산강제경매신청 or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신청
승소판결문을 얻었다면 해당 주택을 경매처분해서 매각대금에서 보증금을 배당받거나 보증금이 소액인 경우에는 임대인의 통장등을 압류하여 보증금을 회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송하는데 8개월, 부동산강제경매를 신청해서 배당까지 받는데 10개월, 대충 2년 정도가 소요된다는 사실을 알고 법적절차를 맘편히 진행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보증금이 수억원이면 모를까 소액의 월세보증금의 경우에는 저렴하게 빨리 보증금을 회수하는 것이 최고로 합리적입니다.
운도 작용할 수 있겠지만, 소액의 월세보증금이라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강조해 봅니다. 그럼, 피같은 보증금 꼭 잘 회수하시기 바랍니다!